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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기후변화 뉴스레터] 대의와 이익 사이에서: 재생에너지, 자유무역, 그리고 국가
작성자 EGS
작성일 2019-03-12 조회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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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와 이익 사이에서: 재생에너지, 자유무역, 그리고 국가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전임연구원 김성진


2009년 캐나다는 “녹색에너지법”을 발효했고, 온타리오주에서는 동법에 근거하여 발전차액지원제(Feed-in Tariff, FIT)를 시행했다. 2014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온타리오주의 공공 전기공급업자들로 하여금 정부가 정한 보증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일반전기 가격은 평균 1kWh당 3.79 캐나다달러(CAD)였던데 반해, 풍력으로 만든 전기는 13.5~19.0 CAD, 태양력으로 만든 전기는 44.3~80.2 CAD에 달했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기의 차액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FIT를 시행했는데, 여기에서 국산장비 이용(domestic content requirements, DCR)을 조건으로 적용한 것이 문제였다. 온타리오주는 재생에너지 장비의 특정 수량 또는 부분의 혼합, 과정, 사용에 있어 온타리오산 장비를 일정량 이상(풍력 25%, 태양력 60%)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규정했다.

2010년 9월 13일, 일본 정부는 캐나다의 FIT가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규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캐나다와 협의에 들어갔다. 일본은 캐나다의 FIT가 관세?무역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 제3조 4항과 5항의 ‘내국민대우’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수입품에 대해 “국내판매, 판매를 위한 제공, 구매, 운송, 유통 또는 사용에 영향을 주는 모든 법률, 규정, 요건에 관하여 국내원산의 동종상품에 부여되는 대우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협의에서 해결이 되지 않자, 2010년 9월 24일 일본은 WTO 패널 구성을 요청했고, 동월 27일에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과 미국 역시 같은 안건에 대한 캐나다와의 협의를 요청하자, 하나의 사건으로 패널 심사가 이루어졌다. 패널은 분쟁해결절차상의 심사기한을 넘겨, 2012년 12월 19일에 판결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패널의 판단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패널은 온타리오주의 FIT가 GATT 제3조 4항 내국민대우 위반이라는 일본의 주장을 인정했다. 둘째, 온타리오주의 FIT는 GATT 제3조 8(a)항에 해당되는 ‘정부조달’이라는 캐나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GATT 제3조 8(a)항에서는 “이 조의 규정은 상업적 재판매 또는 상업적 판매를 위한 재화의 생산에 사용할 목적이 아닌, 정부기관에 의하여 정부의 목적을 위하여 구매되는 상품의 조달을 규율하는 법률, 규정 또는 요건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라고 함으로써 정부조달의 예외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패널은 온타리오주의 FIT가 ‘상업적 재판매’에 해당되기 때문에 제3조 8(a)항의 요건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 판결에 대해 상소했고, 2013년 5월 24일 상소기구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먼저, 온타리오주의 FIT가 국내상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수입상품에 비해 국내상품에 우대를 부여하여 내국민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는 패널의 판결을 유지했다. 또한 이는 GATT 제3조 8(a)항에 해당되는, 내국민대우 원칙의 예외를 인정받는 정부조달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캐나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패널의 기존 판결을 유지하고, 캐나다의 재생에너지 보조금제도가 국산장비의 이용을 조건으로 한 것을 WTO 내국민대우 원칙 위반으로 최종판결한 것이다.

캐나다-재생에너지 사건 이후, WTO에서 유사한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2년 EU, 이탈리아, 그리스는 중국의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DCR 조건으로 지급되고 있음에 항의하였고, 협의를 거쳐 중국이 이를 철회하도록 이끌었다. 2016년에는 미국이 인도를 상대로 태양광 설비 DCR 관련 소송을 걸어 승소하였고, 2018년에는 중국이 미국 주정부들의 DCR에 항의하여 협의에 들어간 바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국가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할지라도, 이것이 자국의 이익을 위하면서 타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차별적 측면을 지닌다고 판단되면 자유무역규범에 어긋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WTO는 수출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보조금 또는 국산품의 사용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금지보조금으로 정하여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DCR 관련 사건의 중요한 시사점은, 이것이 기존에는 드물었던 두 가지 새로운 측면과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캐나다의 FIT가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증진시키는, 다시 말해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지구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의 산물이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이 조치의 근간에 환경산업을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인식하는 녹색성장(Green Growth)류의 사고가 있다는 부분이다.

과거에는 비용이 들어가는 환경조치가 국가의 제조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분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 들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환경문제에 대응하면서, 이를 통해 국가의 환경산업을 육성하여 이 새로운 영역에서의 생산 및 수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각 국의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캐나다-재생에너지 등의 사례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장비의 사용조건과 이를 통해 생산한 전기가 자유무역규칙과 갈등을 일으킨, 비교적 새로운 성격을 지니는 사건이었고, 여러 판결에 의해 국가의 녹색성장 전략 역시 자유무역규칙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외국산 재생에너지장비의 국내시장 장악을 그대로 용인할 것인가? 국가는 전지구적 대의를 포함한 그 무엇보다 자국의 이익을 더 우선시한다는 역사의 교훈에 비춰볼 때, 향후에도 자유무역의 원칙과 국가의 기후변화정책이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점은 이러한 차별적 보조금 문제임을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자 하는 국가가 있다면, 가격경쟁력 또는 기술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산장비의 보급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WTO 규칙의 위반을 피하여 국산장비의 사용을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 예상된다. 자국산과 외국산의 차이를 면밀히 검토한 후, 자국산이 강점을 지니는 부분을 보조금 우선지급 조건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 역시 WTO 법규상 실질적 차별(De Facto Discrimination)로 간주되어 소송대상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산업의 육성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지구적 대의와 신성장동력이라는 새로운 국익 사이에서 국제정치와 국제통상 갈등의 핵심지점으로 점점 더 부각될 것이 예상된다.

이 전문가 칼럼은 저자의 개인적 견해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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